1908년 7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도쿄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집. 과거(신화, 가마쿠라), 현재(메이지), 미래(백 년후)의 10가지 불가사의한 꿈 이야기를 엮었다. 소세키로서는 드물게 환상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.
* 책 속의 한 구절
첫 번째 밤| “내가 죽으면 묻어 주세요. 커다란 진주조개로 구멍을 파서.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 조각을 묘표로 놓아 주세요. 그리고 무덤 옆에서 기다려 주세요. 다시 만나러 올 테니까. ”
두 번째 밤| 너는 사무라이다. 사무라이라면 깨달음을 얻지 못할 리 없다고 주지 스님이 말했다. 그런데 여태까지 깨달음을 얻지 못한 걸 보니 너는 사무라이가 아닌 게로구나 했다. 그저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네 했다. 하하, 화가 났구나! 하고 웃었다. 분하면 깨달음을 얻었다는 증거를 가져오거라
세 번째 밤| “망설이지 않아도 돼” 하고 동자승이 다시 말했다. 나는 마지못해 숲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. 마음속으로 ‘눈도 안 보이는 주제에 뭐든지 잘도 알고 있네’ 하며 외줄기 길을 걸었다. 숲에 가까워지자 등에서, “눈이 멀면 자유롭지 않아서 아주 불편해”라고 했다.
네 번째 밤| 주모가 물었을 때 후유 하고 뱉어낸 숨이 장지문을 통과하고 버드나무 밑을 지나 똑바로 강변 쪽으로 날아갔다.
다섯 번째 밤| 말발굽 자국은 지금도 바위 위에 남아있다. 닭 우는 흉내를 낸 것은 요괴 아마노자쿠(天探女)였다. 이 말발굽 자국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한 아마노자쿠는 내 원수다.
여섯 번째 밤| “저 끌과 망치 쓰는 걸 보시오. 과연 대자 대천 신의 경지에 달했군!” 하고 말했다.
일곱 번째 밤| 배가 매일 밤낮으로 한숨도 쉬지 않고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파도를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다. 무시무시한 소리였다. 그렇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. 그저 파도 밑에서 화로에 달궈진 부젓가락 같은 붉은 태양이 떴다. 그 해가 드높은 돛대 바로 위에 와서 잠시 걸려있나 싶더니 어느샌가 큰 배를 추월해 앞서갔다.
여덟 번째 밤| 지폐는 십 엔짜리인 듯했다. 여자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얇은 입술을 다문 채 열심히 지폐 수를 세고 있는데 그 세는 속도가 자못 빨랐다. 그런데도 지폐 세기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.
아홉 번째 밤| 마구간이 불타 뛰쳐나온 말은 밤낮없이 저택 주위를 날뛰며 돌아다니고 또 무사들은 그 말을 잡으러 밤낮없이 밀치락달치락 쫓아다니는 북새통 같은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.
열 번째 밤| 쇼타로는 목숨을 건지지 못할 것이다. 모자는 겐 씨 차지가 되리라.
나쓰메 소세키(夏目漱石):
1867~1916년. 소설가, 영문학자. 도쿄 출생.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(夏目欽之助). 대학 시절 동급생인 마사오카 시키를 만나 하이쿠를 배웠으며 문학적, 인간적 영향을 받는다. 또, 시키의 필명 중 하나인 ‘소세키’를 양보받아 나쓰메 소세키로 개명했다. 동경제국대학교 영문과 졸업 후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영국으로 유학, 귀국 후 동 대학에서 영문학 강사를 역임했으며,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문호 중 한 사람으로 일본 천엔 지폐에 초상이 실렸다. 대표작은 『나는 고양이로소이다』 『도련님』 『산시로』 『그리고 나서』 『마음』 『명암』 등이 있다.